유미가 들려주는 이야기
부모화의 신체적 영향 본문
부모화가 신체화에 영향을 미친다면 이들의 관계를 매개하는 기제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부모화 된 자녀들은 보살핌을 받고 싶은 자신의 욕구를 억제하고 부모를 보살피는 과정에서 불안, 분노, 우울 등의 부정적 정서를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정서를 표현한다면 부모와 유지하고 있던 근접성을 잃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느끼게 되고, 표현을 하는 것만으로도 부모에 대한 죄책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이러한 정서가 처리되지 못한 채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Jurkovic, 1997). 이들은 겉으로는 적응적인 특성을 보이고 있지만, 정서적인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어도 이를 표현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조은영, 정태연, 2004; Minuchin, 1974) 이들이 경험하는 심리적 위험성이나 특성이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조은진, 양난미, 2020). . 이들은 정서를 표현하면 안된다는 신념의 영향으로 정서를 표현하지 못하고, 정서 표현에 대한 양가성을 띄게 됨으로써 신체화를 경험하게 될 수 있다. 부모화 된 자녀들은 정서적인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지만 이를 표현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정서를 표현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믿음을 쌓아 올 것이다. 정서 표현 신념은 정서 표현의 기능과 결과에 대한 일반화된 부정적 신념을 의미한다(김태희, 김갑숙, 2014).
선행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부모화 경험이 정서표현신념에 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고(정다솜, 송미경, 2018) 조은진, 양난미(2020)의 연구에서는 정서 표현 신념이 정서 표현에 대한 양가성을 높이는 과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정서 표현 신념은 정서 표현 양가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서 표현 양가성은 정서를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지만 이를 억제하거나 표현한 것을 후회하는 갈등을 의미한다(King, Emmons, 1990).
여러 선행 연구들을 통해 정서표현에 대한 부정적 신념이 강하면 정서 표현의 억제 및 갈등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 밝혔는데(김태희, 김갑숙, 2014; 노지영, 정윤경, 2010; 최해연, 민경환, 이동귀, 2008; Vettese, 2011) 이는 정서 표현에 대한 부정적 신념이 정서 표현으로 인한 부정적 결과를 떠올리게 하고, 정서가 유발된 상황에서 정서 표현에 대한 갈등을 경험하게 되며 정서 표현을 억제하는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정서 표현 욕구의 억제를 만성적으로 하는 것이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심리적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억제하는 행동 이면의 심리적 갈등이라는 것이 여러 선행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Josephs, Williams, Irwing, & Cammock, 1994; King & Emmons, 1988, 1990; Pennebaker, 1985). King과 Emmons(1990)는 정서적 행동을 그 자체보다 그 행동의 이면의 목표와 신념의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며 정서 표현에 대양 가성이 부정적 정서에 영향을 미치고, 정서 표현 자체를 통제하면서 심리적인 증상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정서 표현 신념과 정서 표현 양가성을 순차적 매개 변인으로 상정하고자 한다. 부모화 된 자녀들은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억제하고 가족들을 돌보면서 불공평함을 느끼며 이러한 심리적 어려움이 신체적인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부모화가 신체화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보다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관계를 매개하는 기제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